영덕 먹거리 이야기
날짜 2018-05-22 18:47:55 조회 345 추천 0
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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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먹거리 이야기

 

첫날은 두 끼, 둘째 날은 세 끼, 셋째 날은 두 끼, 합쳐서 여행 중 일곱 끼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다섯 끼만 먹었다. 둘째 날 저녁은 낮에 돌아다니며 먹은 배가 더부룩하여 안주만 먹느라고 건너뛰었다. 셋째 날 점심은 집에서 준비해간 열무김치에 시루떡과일을 소진하느라고 건너뛰었다. 그렇게 다섯 끼만 먹었다.

 

삼십대 후반에 회사일로 마산창원을 5일간 돌아다닌 적이 있다. 해산물이 지천인 세상이다. 그러니까 식당엘 갔다하면 해물천지다. 하루 정도는 좋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면서부터 어려워진다.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는 게. 거기다가 그곳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까 백반 집을 다닐 형편도 못 된다. 그러다 보니 주로 먹는 것이 회를 비롯한 해물천지였는데, 그것들을 반가워하지 않는 나에게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이번에 그때의 생각이 났다. 어려움도 없었는데.

 

 

*

 

 

대전에서 가자마자 죽도산 전망대에 삼각대 세울 포인트를 찾아놓고 내려와서 점심을 먹겠다고 찾아들어간 집.
축산항에 있는 동해회식당이다. ‘물회전문이라고 써 있는 게 그럴 듯해 자리를 잡아 앉았다. 먹은 결과는 별 3개다.
별 세 개는 되도록 안 만나는 게 좋다.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물회감도 달라지고 맛도 달라진다.
제대로 알아야할 터인데 그게 그렇지가 못하다. 그러니 판판이 좋았다 나빳다의 연속이다. 어렵다.
바다여행을 다니며 음식들을 먹어보면 어느 집은 입에 맞고 어느 집은 안 맞는다. 같은 물회 인데도. 참 요상하다.
잘못만나면 밥맛뿐 아니라 우린 말수도 줄어든다. 그러니까 더 맛없어지고 재미도 없어지게 된다.





 



전망대에서 일몰을 담고 내려와 숙소 쪽으로 가는 중에 보인 집이다. 상호가 우리를 잡았다.
밥묵을래 술물래 대게먹을래싸가지 없이 반말이다. 그런데 그게 재미있고 마음에 들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생물이 대구가 있는데, 좋단다. 그래서 생대구탕 지리를 시켰다. 정말 좋았다. 별 다섯 개다. 그러다 보니 말수가 늘었다.
한쪽 벽면에 친절이라는 글귀와 사진들이 있다. 외교부장관을 지냈던 김종훈씨도 있고 토니 등 연예인들도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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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 사장 내외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내일 아침도 먹으러 오겠다고 약속을 했다.












아침을 먹으러 가서 받은 밥상이다. 차려지는 찌개를 보니 갈치가 물속에 잠겨 안 보인다.
갈치가 다 보이는 정도에서 자글자글 꿇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다. 이래선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시킨 것이지만 영 마음에 안 든다. 왜 이럴까. 한 아주머니가 장만하는 음식도 이렇게 다를 수 있나.
기대가 커서 그랬나? 낙제점을 면할 정도였다. 그러니까 별 다섯 개 중 세 개가 좀 넘는 점수랄까.
낙제를 면한 게 다행이다. 그래도 밥 한 그릇을 뚝딱했다. 가운데 구워놓은 생선 도루묵 때문이다.
이것을 좋아해 삼척까지 간 적도 있다. 참 좋아하는 편이다. 한겨울에 먹는 도루목이 더 좋다.
그 덕분에 뚝딱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날 저녁엔 소라와 문어숙회를 먹겠다고 가기 전부터 작심을 했다. 인터넷 여기저기를 많이 찾아다녔다. 찾아낸 곳이 두 군데다. 먹고 싶은 순서로 보면 첫째가 모델포차이고 그 다음이 탐라식당이었다. 강구항 방파제 빨간 등대를 담을 일출 포인트까지 잡아놓고 첫 번째 집을 찾아 나섰다. 이사를 한 곳까지 수소문하여 겨우 찾았지만 분위기가 식당으로 바뀌어있었다. 내 타입이 아니었다. 여기는 아니야 라는 생각으로 탐라식당을 찾느라고 발품을 팔았다.

카메라를 차에 놓고 오는 바람에 스마트폰으로 담고 있다. 사진이 약간 그렇다. 그렇더라도 어쩌겠나 이렇게라도 담아야지. 먹어보겠다고 한 소라문어 숙회가 있다. 조심스럽게 직원과 탐문을 한 뒤 메뉴대로 한 접시를 시켰다. 4만 원이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한 저붐을 먹고 머리를 갸웃갸웃, 두 저붐을 먹고 나서 얼굴이 환해지며 괜찮은데~”, 세 번째를 먹고 나서 우리는 좋아! 최고야!”라고 합창을 했다. 확실히 별 다섯 개다. 이렇게 하여 한 접시에 술 한 병을 해치웠다. 술 한 병은 다 내 차지다.

우리가 한참을 먹고 있는데 여사장이 온다. 직원에게 엄치척을 하며 맛있다고 했더니 온 것이다. 숙회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떻게 삶아야 맛있는지. 그게 숙회의 생명이란다. “여기는 영덕인데 왜 탐라냐?” 하고 물었다. 20년 전 인수할 때의 상호인데 그것을 그냥 쓰고 있단다. 불편한 게 없단다. 얘기 중 세 번 째 사진을 가리키며 이게 뭐냐?”고 물었다. 봉사활동이라며 한참을 이야기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오면 찾아다닌단다. 음식 따위를 준비해가지고. 이제는 습관이 되었단다. 연예인들도 너무 좋아한단다. 음식도 맛있게 하지만 참 괜찮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해안까지 다니는 것으로 들었던 것 같다. 숙회도 맘에 들고 여사장도 맘에 든다. 사업 일구어놓고 봉사활동이라니 멋지다. 강구에 찾아가야 할 맛집이 생겨 참 잘 되었다.











 

아침에 일출사진 허탕을 치고 강구 항 쪽으로 들어갔다. 대강 들러보니 사진꺼리가 없다.
아침밥이나 먹자고 도루묵 집을 찾아 나섰다. 내려올 때부터 영덕대게는 안 먹겠다고 하고 내려왔다.
첫째는 가격대비 맛이 안 받쳐준다는 거. 둘째는 살을 발라 먹는 게 짜증스럽다는 거다.
두 가지 때문에 안 먹겠다고 작정을 하고 내려왔는데 확실하게 해주느라고 하나가 더 생겼다. 그건 날씨다.
비가 오려고 꾸물꾸물 거리는 날씨 때는 해물 냄새가 더 별로다. 그래서 도루묵 집으로 갔다.
된장찌개김치찌개도 하는 홍해식당이다. 잘 먹었다. 별 네 개다.


 

 

 

집에 와서 생각했다. 먹거리가 얼마나 큰 즐거움인데 먹거리 고장엘 다니면서 요거저거 따지고, 빼고 하느냐고.
너무 따지지 말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더군다나 이번에 가보니 두 번째의 살을 발라먹는 짜증스러움이 없어진 것 같다.
살을 발라먹기 편하게 하느라고 세트메뉴라는 게 생긴 거다. 다음부터는 다시 먹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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